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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 쓰레기의 처리 현황과 정책, 사회 환경 이슈 등 음식물 쓰레기의 모든 것을 다룹니다.

  • 2025. 4. 19.

    by. adviser-blog

    목차

      음식물 쓰레기 선별의 ‘자동화’는 가능한가?

      음식물 쓰레기는 일반폐기물 중에서도 분류와 선별이 가장 까다로운 종류에 속합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성분이 불균질하고, 수분 함량이 높으며, 타 폐기물(플라스틱·비닐·유리 등)과 섞여 배출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국내 음식물 쓰레기 선별장은 상당 부분이 수작업 기반이거나, 기계 선별도 단순 체 분리·중량분석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정확도가 낮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받는 것이 바로 인공지능(AI) 기반의 음식물 쓰레기 자동 선별 시스템입니다. 최근 몇 년간 컴퓨터 비전 기술과 로봇 제어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폐기물 처리 현장에서도 "눈과 손이 있는" 시스템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이미 플라스틱·금속 분리 분야에서 적용되던 딥러닝 기반 이미지 분석과 로봇 픽커 기술이, 음식물 쓰레기에도 점차 도입되고 있으며, 해외에서는 레스토랑·급식소·식품 가공공장 중심으로 시범 적용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기술은 단순 자동화가 아니라, 음식물 쓰레기의 질적 분류·자원화 전처리 최적화라는 관점에서 그 의미가 큽니다.

       

       

      시스템 구성: AI 비전, 다중 센서, 로봇 암의 협업

      음식물 쓰레기 AI 선별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3단 구성으로 이루어집니다.
      첫째는 비전 인공지능(Vision AI)입니다. 고해상도 RGB 또는 멀티 스펙트럼 카메라로 촬영된 이미지를 기반으로, 딥러닝 알고리즘이 음식물과 비음식물을 분류합니다. 예를 들어 생선 뼈와 유리 파편, 오렌지 껍질과 플라스틱 필름, 닭 뼈와 PET 뚜껑은 육안으로는 유사해 보이지만, AI는 수천 장의 이미지 학습을 통해 색·형상·텍스처·광 반사율 등을 분석해 실시간 구분합니다.

      둘째는 센서 융합(Fusion Sensing) 기술입니다. 비전 정보만으로는 분류가 어려운 경우를 보완하기 위해, 적외선(IR), 수분 감지 센서, 질량 센서, 근적외선(NIR) 분석기 등을 추가로 연동합니다. 예를 들어 수분이 많은 음식과 수분 없는 이물질은 물성에서 큰 차이를 보이므로, AI는 이미지와 센서 데이터를 종합해 다층 판단을 하게 됩니다.

      셋째는 로봇 암(Robotic Arm)입니다. 정확히 분류된 오브젝트를 빠르고 안정적으로 분리해 내기 위한 장치입니다. 최근엔 AI 비전이 지시하는 좌표에 따라 0.1초 단위로 움직이는 서보 모터 기반 경량 로봇 암이 보급되면서, 사람이 일일이 골라내던 작업을 24시간 수행하는 자동화 셀을 구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시스템은 특히 대형 급식소·식품공장 등 대량 폐기물이 발생하는 장소에서 선별 품질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미래 전망] 인공지능(AI) 기반 음식물 쓰레기 자동 선별 시스템, 구현 기술과 과제

      AI가 ‘음식물 쓰레기’를 학습하는 방법

      AI 모델이 음식물 쓰레기를 정확히 인식하고 분류하려면, 무엇보다 정제된 학습 데이터셋이 중요합니다. 현재 국내에는 음식물 쓰레기 전용 AI 학습용 공공 데이터셋이 부족한 상황이며, 대부분의 연구 기관이나 기업은 자체 촬영·라벨링 방식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한 AI 폐기물 선별 스타트업에서는 급식소, 식당, 학교 등에서 배출되는 음식물 쓰레기를 수천 건 이상 촬영한 뒤, 이를 음식 종류(채소류, 뼈류, 껍질류, 이물질)별로 수작업 분류하여 픽셀 단위 세그멘테이션(Semantic Segmentation) 라벨링을 진행했습니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U-Net, EfficientDet, YOLOv8 등 최신 비전 모델이 학습되었고, 실시간 영상에서도 0.1초 내로 객체를 감지하고 85% 이상의 정확도로 선별이 가능해졌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Transformer 기반 멀티모달 모델을 적용해 영상 + 질량 + 수분 + NIR 데이터를 동시에 분석하는 다층 AI 모델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고도화된 학습은 단순 ‘먹을 수 있는/없는’을 넘어서, “가축 사료용 가능 / 바이오가스 적합 / 퇴비화 가능”처럼 처리 방식별로 자동 분류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국내외 실증 사례: 산업 현장으로 들어가는 AI 기술

      국내에서는 아직 대규모 상용화 사례가 많지는 않지만, 실증을 통해 기술 상용화를 준비 중인 기업과 지자체가 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의 한 스마트 폐기물 기업은 대학교 급식소와 협력해 AI 기반 음식물 선별 시스템을 설치하고, 한 달간 폐기물 중 이물질 혼입률을 47% → 7%로 낮추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시스템은 AI 비전이 음식물 쓰레기를 인식하고,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자동 선별하는 프로세스로 구성되며, 센서는 수분 함량과 무게까지 함께 측정해 처리 방식(바이오가스, 건조, 사료화 등)을 추천합니다.

      해외에서는 스위스의 Ecorobotix, 미국의 AMP Robotics, 싱가포르의 OneThird 등이 음식물 폐기물 분류 AI를 이미 다양한 산업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은 공공 급식, 농산물 선별장, 호텔 조리실 등에서 폐기 직전 단계의 음식물 쓰레기를 분석하고 선별하는 로봇 셀을 구축했으며, 일부는 자동 보고 시스템을 통해 배출 패턴까지 분석합니다.

      특히 유럽연합은 2023년부터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 감축 및 분리배출 정확도 향상을 위해 AI 기반 시스템을 '제로 푸드 웨이스트' 로드맵의 핵심 기술로 명시하고 있으며, EU Horizon 프로젝트를 통해 관련 기술에 5년간 약 4억 유로의 R&D 자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구현을 넘어 실질 확산으로: 과제와 제언

      AI 기반 음식물 쓰레기 자동 선별 기술이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기술적 정교함과 정책적 뒷받침이 동시에 필요합니다. 기술적으로는 무엇보다 표준화된 학습 데이터셋의 구축실시간 반응 속도 향상, 그리고 소형·저비용화가 관건입니다. 대형 공장 수준이 아닌 소형 급식소나 학교, 병원 등에서도 적용 가능하도록 진입 장벽을 낮춰야 합니다.

      정책적으로는 현재 음식물 쓰레기 이물질 혼입 기준(예: 2% 이하)을 실제 산업현장에서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할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한 상태입니다. AI 시스템이 데이터를 자동 기록하는 경우, 이를 행정 처리 기준으로 연계할 수 있는 법적 체계도 마련되어야 합니다. 더 나아가 음식물 자동 선별 데이터가 탄소 배출량 계산, 자원화 적합성 평가, 푸드 로스 모니터링 등에 활용될 수 있도록 데이터 기반 정책 설계가 병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음식물 쓰레기 문제는 단순히 '줄이자'는 캠페인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버리는 과정부터 스마트해져야 줄일 수 있습니다. AI는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강력한 도구 중 하나입니다. 앞으로 5년, AI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의 판을 바꿀 것입니다. 관건은 그것이 기술로만 끝나지 않고 정책과 생활로 연결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