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판 위 빗자루질, 단순 청소가 아니라는 사실
컬링(Curling)은 얼음판에서 스톤(돌)을 목표 지점으로 미끄러뜨리는 동계 스포츠로, 흔히 선수들이 빗자루처럼 생긴 브러시를 들고 얼음을 쓸어대는 장면이 먼저 눈길을 끈다. 얼핏 보면 “빙판 청소하는 운동인가?” 싶지만, 실제로는 스톤의 속도와 궤적을 세밀히 조절하기 위해 빙판 위 마찰을 변형하는 핵심 동작이다. 스톤이 미끄러지는 동안 브러시로 얼음을 열심히 문지르면 표면이 살짝 녹아 마찰이 줄고, 그 덕분에 스톤이 더 멀리 직선적으로 나아간다. 이에 투구자와 스위퍼(브러싱 담당), 그리고 스킵(Skip) 같은 팀원들이 각각 역할을 나누어 “얼음판 위에서 돌을 어디에 멈추게 할지” 치열하게 계산하고 협력한다. 한국에서는 2018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영미~” 구호와 함께 컬링이 유명해졌지만, 아직 많은 사람이 그 실제 체력 소모와 높은 전략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막상 체험해 보면 스톤 하나가 불과 몇 센티 차이로 승패를 갈라놓는 장면에 깊이 빠져드는 경우가 흔하다.
컬링은 언제 어디서 태어났을까
컬링은 16세기 스코틀랜드의 얼어붙은 호수에서 돌을 미끄러뜨리는 놀이가 시초로, 이후 19세기 말경 지금과 비슷한 규칙과 링크 시설을 갖춰 스포츠로 발전했다. 현재는 동계올림픽 정식 종목이고, 세계선수권 대회나 유럽선수권 등 국제 무대에서 캐나다·영국·스웨덴 같은 전통 강국들이 명승부를 펼치곤 한다. 경기는 보통 4인 1팀으로, 810엔드(end)를 진행하며 한 엔드마다 양 팀이 번갈아 투구한 스톤(각 팀 8개, 총 16개)을 ‘하우스(House)’라 불리는 원형 표적 안에 얼마나 가까이 배치하느냐로 점수를 낸다. 스톤은 약 1,920kg의 화강암으로 제작되어 밑면이 곡면이라 회전(컬)에 따라 곡선을 그린다.
아울러 컬링 링크는 일반 빙상장과 달리 스톤이 부드럽게 굴러가도록 “피블(pebble)”이라는 작은 물방울을 골고루 뿌려 얼음 표면을 미세하게 오톨도톨하게 만든다. 이 덕분에 스위핑(브러싱) 시 표면이 순간적으로 녹아 스톤 이동 거리나 방향을 제어할 수 있다. 가령 상대 스톤을 쳐내(테이크아웃) 점수를 방해하거나, 하우스 앞에 가드 스톤을 두어 진입을 어렵게 만드는 등 팀 전략이 복잡하게 엮인다. 한 번의 투구가 엔드 전체 흐름을 바꿀 수 있어 “얼음 위 체스”라고 불리는 것이다.
체험해 보려면? 링크·장비·투구·스위핑 기초
컬링을 실제로 해보고 싶다면, 컬링 전용 링크(또는 체험 프로그램 운영 중인 빙상장)를 찾아가면 된다. 국내엔 아직 시설이 많지 않지만, 일부 지자체나 스포츠센터에서 일일 체험·단기 강습을 제공한다. 초보자가 필요한 건 스톤(대여), 브러시(빗자루), 그리고 슬라이더 슈즈(한쪽 발에 미끄럼판이 달린 신발) 정도다. 투구 시에는 슬라이더가 달린 발로 얼음을 밀고 나가며 무릎을 굽혀 낮은 자세에서 스톤을 놓는다. 팔에 힘을 주어 일정 속도와 손목 회전(컬)을 주면, 스톤이 곡선 궤도로 얼음판을 미끄러진다.
스위핑(브러싱)은 스톤이 이동하는 동안, 얼음을 빠르게 문질러 마찰열을 발생시키고 표면을 살짝 녹이는 작업이다. 이를 통해 스톤이 더 멀리 또는 직선으로 가도록 제어할 수 있는데, 타이밍이 매우 중요하다. “더 스위핑!” “멈춰!” 같은 구호를 맞추면서 팀원들이 순식간에 의사결정을 내려야 스톤이 목표 지점 근처에 성공적으로 멈춰 서게 된다. 이렇게 한 엔드를 마치고 나면, 예상외로 팔·어깨·허리가 뻐근해질 정도로 체력 소모가 많고, 팀원 간 소통 없이 제대로 된 결과를 내기 힘들다는 걸 알게 된다.
단순 빗자루질이 아닌 머리싸움과 체력전
처음 컬링 엔드를 돌면서 가장 놀라운 건, “얼음판 위 돌 굴리기”가 이렇게까지 힘들고 머리 써야 하는 스포츠인가 하는 사실이다. 투구 시 하체 근력과 균형감각이 필요하고, 스위핑은 팔과 상체 근육을 빠르게 써야 해 금세 땀이 나며 숨이 찬다. 또, 전술적 부분이 만만치 않다. 한 엔드에는 각 팀이 8개 스톤씩 번갈아 던지는데, 스킵(Skip)이 하우스 근처에서 그 순간 스톤들이 어떻게 배치됐는지 파악해 “가드 스톤으로 막아라” “상대 스톤을 치워내라(테이크아웃)” “하우스 안 특정 지점을 노리는 드로우를 하라” 등 다양한 지시를 내린다. 투구자·스위퍼는 즉각 반응해 스톤의 속도와 방향을 결정짓고, 사소한 타이밍 조절로 전세를 뒤집는 것도 가능하다.
단 한 번의 투구로 여러 상대 스톤을 동시에 쳐내거나, 아슬아슬하게 구석에 배치해 여러 점수를 가져오는 스펙터클한 장면이 나올 때면 보는 사람도 환호하게 된다. 한두 번 체험해 보면, 빗자루질이 단순히 얼음을 닦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스톤을 원하는 위치에 닿게 만들려는” 고도의 타이밍 싸움이자, 엄청난 집중력을 요한다는 걸 실감한다. 매 엔드 마다 자신의 스톤을 이상적으로 배치하거나, 상대 스톤을 치워내며 점수를 뺏어오는 순간의 쾌감이 커서 중독성도 높다.
국내외 대회·동호회, 그리고 컬링의 가능성
컬링은 동계올림픽 정식 종목이고, 세계선수권에서는 캐나다·영국·스웨덴 등을 비롯해 다양한 나라가 수준 높은 경기를 펼친다. 한국도 2018 평창올림픽에서 여자 대표팀 “팀킴”이 인기를 얻어 일시적으로 컬링 붐이 일었지만, 제빙·빙질 유지를 위한 시설 비용이 많이 들다 보니 전국적으로 체험장·동호회가 적은 편이라 대중화에 제약이 있었다. 그럼에도 일부 지자체·단체가 체험 교실·아마추어 리그를 운영해, 초보자도 컬링을 접할 기회를 늘리려 노력 중이다.
앞으로 컬링장이 확충되고, 단기 강습이나 동호회 활동이 보편화된다면, “얼음판에서 긴장감 넘치는 전략과 팀워크를 맛보는” 대표 생활 체육 종목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가족·친구가 한 팀이 되어 엔드를 돌며 ‘누가 더 하우스에 정교하게 돌을 배치하나’ 경쟁하는 것이 색다른 재미를 준다. 비록 외관상 빗자루질이 다소 우스워 보여도, 막상 해보면 스톤 하나를 몇 센티 차이로 원하는 위치에 놓는 과정에 강력한 긴장감이 서린다. 국내외 사례를 보면, 컬링은 남녀노소 크게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는 특징 덕분에, 한 번 체험하고 “생각보다 이거 재밌네?”라며 빠져드는 사람이 많다. 실제로 해본다면, 왜 “얼음판 위 체스”라는 별칭을 얻게 되었는지 직접 깨닫고, 빗자루 안에 숨은 과학과 전략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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