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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 쓰레기, 자발적 감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전 세계가 지속가능성과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을 강화하면서, 음식물 쓰레기 감축 역시 국가 차원의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각국은 소비자 캠페인, 기업 자율 협약, 기부 장려 정책 등을 통해 감축을 유도해 왔지만, 자발적 참여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게 드러났습니다.
특히 OECD의 2022년 보고서에 따르면, 자율 대응만으로는 10년간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이 평균 4.5%밖에 감소하지 않았으며,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낸 국가는 대부분 강력한 규제·경제적 유인 장치를 병행한 사례였습니다. 이에 따라 현재는 ‘세금’과 ‘벌금’이라는 직접적인 규제 수단이 음식물 쓰레기 감축 정책의 핵심 도구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은 가정이나 사업장에서 발생한 음식물 쓰레기의 양, 성격, 분리배출 여부에 따라 경제적 책임을 부과함으로써, 낭비를 비용으로 인식시키는 구조를 만듭니다. 본 글에서는 주요 국가들의 제도적 접근 방식을 비교해 보고, 우리나라에서의 시사점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프랑스와 덴마크 – ‘벌금’을 통한 음식물 재사용 의무화
유럽은 음식물 쓰레기 규제에서 가장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지역입니다. 특히 프랑스는 2016년부터 세계 최초로 대형 유통업체의 음식물 폐기 금지법을 시행했습니다. 이 법에 따르면 1,000㎡ 이상의 대형마트는 먹을 수 있는 음식물을 폐기하는 대신, 반드시 기부·재활용 등의 경로로 처리해야 하며, 이를 위반하면 최대 7,500유로(약 1,00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됩니다.
이러한 정책은 유통업체에게 음식물 쓰레기를 ‘기회비용’이 아닌 실질적 비용 부담으로 전환했고, 결과적으로 5년간 식품 기부량은 60% 이상 증가, 폐기량은 35% 이상 감소했습니다. 프랑스는 이후 이 법을 2020년부터 학교, 병원, 공공기관 급식소까지 확대 적용하며 범위를 넓히고 있습니다.
덴마크의 경우 벌금 대신, 음식물 폐기 데이터를 분기별로 제출하도록 의무화하고, 이를 미이행할 경우 운영 허가 취소 또는 과징금 부과가 가능합니다. 덴마크는 식품 산업 내 투명한 데이터 공유 문화를 통해 자율 규제와 강제 규제가 병행되는 정책 효과를 얻고 있으며, 이에 따라 외식업체 10곳 중 7곳이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캐나다 – ‘세금’과 ‘감면’으로 인센티브 설계
북미는 유럽보다 강제성은 약하지만, 대신 세제 혜택과 감면 중심의 유도 정책이 두드러집니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입니다.
캘리포니아주는 2022년부터 시행된 SB 1383 법안을 통해, 일정 규모 이상의 식품 사업자에게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화하거나 기부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미이행 시 벌금이 부과되지만, 동시에 기부 식품에 대해 최대 15%의 법인세 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어 ‘채찍과 당근’이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입니다.
캐나다의 일부 지방정부는 음식물 쓰레기를 ‘유기성 고형 폐기물(OWW: Organic Waste Waste)’로 분류하고, 일반폐기물보다 2~3배 높은 처리 요금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대신, 사업장이 음식물 분리배출, 감량 장비 도입, 지역 농장에 재활용 등을 할 경우 해당 비용을 감면하거나 환급받을 수 있는 보조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죠.
북미의 경우 절대적 강제는 피하되, 세금과 감면의 차등 설계를 통해 자율적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이 주류입니다. 특히 미국은 ESG 투자 문화와 연결돼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폐기 감축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투자 유치나 이미지 제고에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일본과 대만 – ‘사업장 단위’로 정밀하게 과금하는 구조
아시아 국가 중에서 음식물 쓰레기 감축을 가장 정교하게 설계한 나라는 일본과 대만입니다. 두 나라 모두 개인보다는 사업장 단위의 제도 적용에 집중하며, 음식물 쓰레기의 발생량과 처리 방식에 따른 차등 과금 제도를 정착시켰습니다.
일본은 2001년부터 시행된 ‘식품 리사이클법’에 따라, 식품 제조·가공·도매·소매업체에 의무 감축률과 리사이클링 목표를 설정하고 있으며, 이를 지키지 못하면 행정처분 또는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특히 폐기물 위탁 계약서 의무화를 통해 사업장의 처리 경로를 정부가 모니터링할 수 있게 했고, 식품업체들은 퇴비화·사료화·에너지화 중 하나를 반드시 선택해 이행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대만은 2010년대 후반부터 음식물 쓰레기를 종량 과금제로 전환했으며, 특히 음식물 쓰레기 전용 종량봉투제를 도입해 시민 참여를 촉진하고 있습니다. 대형 외식 프랜차이즈나 호텔 등에는 분기별 음식물 감량 실적 제출 의무를 부여하고 있으며, 감축률이 일정 기준 이하일 경우 관리 비용을 1.5배로 가중 부과하는 페널티 조항도 있습니다.
일본과 대만은 공통으로 정량적 데이터 기반의 차등 과금 체계를 통해, 사업자가 체계적으로 감축 전략을 세우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현황과 향후 적용 가능성
우리나라는 현재 음식물 쓰레기에 대해 종량제와 RFID 시스템을 도입한 상태지만, 비교적 벌금이나 세금과 같은 직접적 규제는 약한 편입니다.
1995년에는 쓰레기 종량제를 시행하였고, 2005년부터는 음식물 쓰레기의 직매립을 금지하였습니다. 또한, 2018년부터는 <자원순환 기본법>을 시행하여 폐기물의 자원화를 촉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에도 불구하고 음식물 쓰레기의 발생량은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전체 생활폐기물 중 음식물 쓰레기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29%에 달하며, 주로 가정과 소형 음식점에서 발생합니다. 가정과 식당의 음식물 쓰레기는 kg당 처리비용을 지불하지만, 재사용 의무, 기부 장려, 차등 요율 설계 등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또한, 음식물 쓰레기의 자원화율은 높지 않은 편입니다. 퇴비화, 사료화 등의 자원화 방법이 도입되었지만, 실제 활용률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프랑스나 일본처럼 유통 단계 또는 식품 산업 전체에 걸친 감축 목표 설정, 위반 시 행정처분 또는 과징금 부과, 북미처럼 기부에 대한 세금 감면 및 ESG 연계 인센티브 제공, 아시아식 사업장 과금 정밀화 등은 한국이 향후 검토해 볼 수 있는 실질적 전략입니다.
특히 정부는 2030년까지 음식물 쓰레기 50%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단순 배출 억제뿐 아니라, 감량 실적 데이터 기반의 차등 과금, 식품 기부·재사용 확대, 민간 감축 보고제 도입 등 보다 적극적인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결국, 음식물 쓰레기 감축은 인식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규제와 인센티브의 균형 있는 조합이 반드시 요구됩니다. 우리나라 역시 이 흐름 속에서 법·제도적 정비를 통해 더 정교하고 실효성 있는 감축 구조로 전환할 시점에 놓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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